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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보이는 길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가진다카테고리 없음 2025. 7. 15. 09:25반응형
돌아보면 보이는 길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가진다. 누군가는 그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누군가는 그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한다. 하지만 부끄럽든 아름답든, 과거는 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나는 살아가면서 종종 뒤를 돌아본다. 그때의 실수, 그때의 선택, 그리고 그때의 침묵.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스무 살 무렵, 나는 한 번 크게 실패한 적이 있다.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때 내게는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사건이었다. 처음 해보는 아르바이트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 실수를 연달아 저질렀고, 결국 팀 전체에 피해를 줬다. 선배의 충고는 무시했고, 후배의 도움은 자존심 때문에 거절했다. 당시엔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저 미숙함과 고집뿐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경청’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것이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이후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나는 먼저 듣는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그 작은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생각보다 컸다. 관계가 달라지고, 실수가 줄어들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한결 유연해졌다.
또 한 번은 친구와의 오랜 우정이 무너진 일이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했고, 오해는 쌓였고, 결국 말 한마디로 갈라섰다. 당시엔 친구가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나 역시 그 우정에 안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관계는 살아있는 것이라는 말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정성 들이지 않으면 시들고, 대화하지 않으면 멀어지는 존재. 그 이후로 나는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 시작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많이 표현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지금의 내 인간관계를 지탱해주고 있다.
이렇듯 과거의 나는 수없이 부딪히고 넘어졌다. 그때는 그저 괴롭고 아픈 경험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이정표’였다. 길을 잃은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분명해졌고, 실수했던 날들이 있었기에 다시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서 배우는 자세만은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이는 과거에 머물러 현재를 놓치고, 어떤 이는 과거를 밀어내려 애쓰다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나는 그저 조용히 과거를 곁에 두려 한다. 마치 오래된 노트처럼,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며 기억하고 다짐한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금’이라고 하지만, 지금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때’를 잊지 않아야 한다. 과거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가꾸는 재료다. 오늘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 모든 판단의 배경에는 어제의 내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득문득 과거를 떠올린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따뜻한 말, 내가 저질렀던 부끄러운 실수, 함께 웃던 소중한 얼굴들.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일으키고, 앞으로의 길을 밝힌다. 과거는 끝이 아니다. 현재를 비추는 가장 깊고 조용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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